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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26 제가 좀 늦었어요

제가 좀 늦었어요





I'M FINE









    우리 시간을 돌려, 오늘이 다시 시월 스물 한 날이라고 생각해봐요. 나는 지친 오디션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늘어져 있었어요. 실컷 오디션을 치렀음에도 끝난 게 실감이 안나서, 햄버거도 꾸역꾸역 먹고, 커피도 꾸역꾸역 마시고, 인적성 문제집도 꾸역꾸역 사고. 모든 순간이 내가 가진 부담들을 꾹꾹 눌러 밟는 것 같았죠. 오디션이 끝났는데도 도무지 끝난 거 같지가 않아서요. 집에 오는 버스에선 오히려 잠을 자지 못했어요. 가는 길에는 진짜 잘잤는데도, 오히려 오디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요. 도로 한자 한자가 또다시 내 부담들을 꾹 꾸욱 눌러 달리는 거 같아서요. 음. 어쩌면 그 덕분에, 오빠 노래를 기다리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어요. 정말로 정신이 팔려있었거든요. 남들은 일 분 일초가 오늘따라 왜이렇게 안가냐는데 나는 좀 달랐죠. 그냥 좀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나옵니다. 나왔습니다. 스트리밍 및 다운은 물론 열 두시부터 박차를 가했으나, 각잡고 뮤직비디오를 본 건 세시쯤이었던 거 같아요. 시월 스물 한 날의 새벽 세시요. 하얀 셔츠랑, 청바지랑, 가을 색 가디건이 잘어울렸어요. 새삼, 오빠 눈이 참 갈색이로구나. 했어요. 멜로디, 가사, 분위기 그냥 전부 오빠랑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이라서 내가 다 반가웠어요. 오빠는 많이 연습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그걸 예쁘게 멋지게 불러줬고. 들으면서 되게 편하고, 사람이 풀리고 그래요. 슬픈 노랜데 신기하게... 열고, 쉬게 한다고 해야하나. 사람을. 그래 그렇게, 비로소 내 오디션이 끝나고 쉴 수 있었어요.



    PIECE는 마치 기도같아요. "세상이 너를 위해 준비한 완벽한 순간 속에 내가 숨을 쉬고 있어"라고 가만히 따라부르면 마치 울 것 같아요. 취업을 겪는 동안, 하나님께 수 없이 여쭤보고 있거든요. 난 누구, 여긴 어디 그리고 당신의 뜻은? 하구요. 답이 느껴질 때도 아닐 때도 있고, 내가 바라는 게 너무나 분명해서 내 마음이 너무 커서 신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때면 더 힘든데요. 그래도 저 말은 맞는 걸 아니까, 오빠랑 같이 이 노랠 조금씩 부르면서... 다시 한 숨 푹 쉬고, 고개를 들고 그래요. 


    마이 프랜드 생략. 미안.. 



    앨범 좋아요. 오빠, 정말 많이 수고했어요. 다 보여요. 날짜를 잘 맞춰서 미리 환영하지 못해서 정말루 미안해요. 하지만 오빠, 언제나 충분한 팬들이 곁에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오빠는 늘 완전히 사랑스러우니까, 그것만 믿구 살았으면. 발매 4일째, 오빠 기준이 뭐였을지 모르지만 어디에도 크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아닐 거 알아요. 아까 브이앱 보는데 나도 쪼금 속상했어요. 하지만 오빠. "우리 작은 노래로 세상을 바꾸리라 달려왔던 시간들" 이라고 노래했던거 기억해요? 오빠 지금도 세상을 바꾸고 있어요. 내 작은 세상을 오빠는 매일 바꿔놓고 있어요. 잘하고 있는 거에요. 멋진 김동완. 소극장에서 만납시다. 아직 티켓은 없지만, 11월엔 구할 수 있겠지?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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