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끝에 닿은 나의, 전진에게





소원 끝에 닿은 나의 전진에게





"전부 다 나아서 돌아올게요."


어머니께서는 제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고 헛웃음을 지셨지만, 오빠와 제가 잘 알다시피, 우리 사이에는 이보다 더 논리적인 말은 없습니다. 하하. 빠순이가 오빠 봐야 낫지, 대체 언제 나아요. 언제 그러겠어요 ㅠㅠ..


사실 제가 수련회 이후 쎄게 앓았어요. 여름에도 그러더니 겨울에도 어김없이. 오기로, 스터디를 하려고 종로까지 가서 친구를 기다리다가 열이 너무 많이 나서 못 버티고 그냥 집에 돌아와 바로 쓰러졌을 만큼. 그날 이후 이틀 내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감기만 앓았을 만큼. 가뜩이나 입맛도 없는데, 실제로 맛도 없고, 이따금 헛구역질로 넘어오기까지 하던 밥을 그냥 살려고 우걱우걱 먹었을 만큼. 많이 아팠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 공연장에 가까워질수록


정신이 더 또렷해지는 느낌. 되려, 몸살이 아프기를 잊어가는 느낌, 그런걸. 받았습니다. 사랑이 이렇게 무서워. 엄마는, 얼마나 중요한 친구인지는 몰라도 얼마나 오래전에 잡은 약속인지는 몰라도 그냥 취소하라고 몇 번을 말리셨지만, 나는 "전부 다 나아서 돌아올게요"라는 말로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고마워 나 만나줘서 고마워. 앨범 내준 것도 고맙고, 음악방송 해준 것도 고맙고, 콘서트도 해주고 싸인회도 해주고 브이앱도 해주고.. 노래해주고 춤춰주고 또 늘 재밌는 얘기 많이 해주고 감동스러운 얘기도 짠한 얘기도 위로도, 오빠 속마음들도, 반성도 결심도.. 그리고 건강하고 아름다워서 웃는 게 특히 너무너무 예뻐서. 고마워. 고마워. 내가 19세기 끄트머리에 만났던 전진이 2016년 겨울에도 내 눈앞에 전진인 것도 새삼 고마워. 갑자기 전진이 아니고 옛날부터 전진이 지금도 전진이라서, 우리가 함께해온 그 세월 다 그러안은 사람이 오늘 내 앞에 전진이라서 정말로 감격스럽고 믿을 수 없이 감사하고 또... 또. 기뻤어. 기뻤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이 감격은 정말 서른일곱 전진 밖에 못 주는 거야. 그리고 또.. 나밖에는 받을 수 없지. 오래 충재를 사랑해온, 충재와 걸어온 사람 밖에는. 헿.



     좋아서 환호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너무 많이 좋을 때는 눈물이 나기도 하는구나. 우리 충재 너무 멋있다. 이런거 밖에 기억 잘 안나. 마치 내가 말한 대로 무대를 만들어준 거 같은 온마이온을 보기 시작할 때 고개를 들 수도 없을 만큼 기뻤고. 좋은사람을 부르면서 귀엽게 춤추는 오빠를 보는데도... 입으로는 노래를 또박또박 따라 하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울컥울컥 했고. 와우와우와우를 부르면서는 정말로 울어버렸어. 이 노래 이후로 우리 많이.. 많이 달라진 거 같아. 그 이후 육 개월이 나의 십오 년 중에서도 되게 소중했어. 항상 최선이었지만 우리 서로에 관한 어떤 한계를 넘게 해준 배경이 되어줬던 거 같아. 기새등등 전진, 전진만해 전진. 그러면서 울었지 뭐.



    또 좋았던 공연 포인트를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  오프닝 하자마자 사뿐 뛰어올라 무대 위에 등장하는데 정말로 천사 왕자님인 줄 알았잖아..하.. 잠시나마 내가 왜 티켓을 이틀 치나 샀을까 의문을 던졌던 순간을 깊이 반성하고 양콘을 준비해준 부유하고 지혜로웠던 과거의 나에게 크게 감사했다. 잘했어. 존나 잘했어. 해피엔딩 안무가 너무 좋았는데 드디어 무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옷이 또 왜 이렇게 다 이쁘니. 제일 미치게 좋았던 건 랜덤댄스의상인데, 특히 토요일 셜록출때... 옷이랑 오빠랑 오빠 몸이랑 오빠 분위기랑 오빠 춤이랑 하... 완벽한 조화로... 잠시 혼절했다. 세상 다 씹어먹는 포스로 미쳐 커버할때 또 죽고, 귀요미랑 꿈사탕 할때 다시 죽었다. ㅠ_ㅠ.. 로코드라마 하다가, 의자 위에 올라가 와우와우와우 안무 했을때. 잠시 영혼이 되어 너를 봤... 진짜 미쳤지. 정말 미쳤지... 노래도 개잘하고. 오빠는 음색이 정말 좋아. 그래서 노래할 때 말구 그냥 멘트할 때도 심지어 이득임. 히히. 노래할 때는 말할 것도 없음.



    아직 보여줄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다행이고. 마흔, 오십 대 육십 대에도 보여드릴 게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활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대도 해주시고. 응원도 해주세요. 이렇게 얘기해줘서 기뻤어. 로코드라마 할때 혜성오빠도, 아직 이십 년도 안 했고 앞으로 유구한 세월이 남았다 뭐 그런 얘기할 때마다 행복해서 죽을뻔 했는데 전진이 또..! 나 많이 기대할게요. 응원도 할게요. 나도 아직 보여줄 게 너무너무 많아요. 나도 내가 궁금해 ㅋ_ㅋ.. 매번 최선인 줄만 알고 15년을 살았는데 한 해 한 해 내가 나를 경신해. 그러니까 오빠도, 나의 십 대를 지내는 동안 항상 함께 성장해온 것처럼. 내 남은 이십 대, 삼십 대, 사십 대 함께하자. 내가 진짜 취직하고 시집가고 애 낳고 그 애들 다 키우는 동안 어떻게 신화창조로 사는지 오빠도 꼭 봐줘요.



    오빠가 팬들을 자랑스러워하는 거 보면서. 나도 좋은 사람 돼야지.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오빠도 더 많이 사랑해야지. 그런 생각 했어. 또, 오빠가 팬들한테, 이럴 때는 이러 이러하는 게 이기는 거야. 하고 얘기해주는 것도. 되게 좋고. 오빠가, 왜 이렇게 웃게 해. 이 얘기해준 것도 정말로 행복하고. 어릴 때 굳은살을 많이 얻어서 이제 더 튼튼한 사람이 된 걸 다행이라고 얘기해준 것도... 아 이건 뭐지. 기쁜 건가. 고마운 건가? 다행인 건가? 아, 그래, 너무 멋졌어. 멋진 사람. 예쁜 사람... 또 엔피노한테는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진짜 은인 같은 사람들. 안심할 수 있도록 좋은 집 되어준 사람들. 자기들이 얼마나 여러 사람 구한건지 아는지 모르겠다. 진짜 훌륭한 사람들. 아냐 사람도 아니지. 선생님들 ㅠㅠ 흡ㅎ브휴ㅠ



    신년, 신화 데뷔 십팔 주년, 전진 솔로 십 주년. 이제 진짜 병신년인 거 알아? 구정 기준이니까. 히히. 병신년! 복 많이 받자. 작년을 오빠랑 끝내서 정말 기뻤어. 나는, 해의 마지막날이랑 첫날이랑 딱 붙어있는 게 내심 불편해서, 구정이 와야 진짜 새해라구 해야지 혼자 생각하고 그랬는데. 6 당신과 함께 유예는 모두 끝나고, 정말루 새해야. 꼼짝없이 새해야. 올해도 이쁘게 살자. 복 많이 받고. 많이 웃고. 밥 잘 먹고 아프지 말구 건강하구. 자주보고. 하나님도 잘 알아가자. 이게 진짜 뜬금 없는 마무리같지? 아니야 아냐 진짜 아니구 나 맨날 생각해. 나 진짜 오빠 더 좋아질 때마다 얼마나 경계하는데. 나도 무섭단 말이야, 사랑이 우상 될까 봐 ㅠㅠ.. 그래서 더 신앙생활 열심히 하려고 해. 하나님이 무조건 먼저. 그리고 오빠를 두고서도 기도해. 이 모든 축복의 말로. 또 복음의 소원으로. 올해는 더 많이 예수님 믿는 내 사랑하는 사람 되었으면!!!!!!



    아오 너무 길어. 그리고 졸려. 충재, 우리는 우리가 큰집이라 어디 안가두 되거든. 한 시간 자구 일어나야되. 우리는 제사도 안 드리거든. 일어나서 예배해야되. 아씨 또 졸린 채로 써서 뭔말인지 1도 모르겠고 아 너무 길어서 맘에 안 드는데. 더 멋진 말로 감상을 남기는 것보다, 지금 내 마음이 여기에 있다는 걸 꼭 남겨두고 싶었어. 지금 내 마음이. 여기에. 당신과 함께. 보이지 않을 때도,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