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꽃이 많은 골목이 있다. 여기는 여름에도 폭포같이 장미를 쏟아내더니, 봄에는 구름같은 벚꽃으로 하늘을 전부 덮는다. 사월 육일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이렇다. 사진 별로 맘에 안드는데 실은 내 시력도 매우 나빠서 그냥 딱 이렇게 보인다. 낮에 보는 게 목표. 전부 밤이 배경인 이유는 그냥 내가 낮에 쳐 자고 밤이나 되야 움직이기 때문이다. 봄이 왔으니, 으레 하듯 그 인사치레로, 꽃을 보는 것을 목적으로 꽃을 보아야만 한다. 봄이니까. 봄이니까.
신화랑 나는 뭔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진짜 존나 쓸데없는 고민 같지만 나에게는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질문이다. 가감 없이 딱 그렇다. 우상이 아니라고 변명하기 위한 긴 싸움 같지만, 내가 이 사람들에게 뭐 바라는 게 있다고.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게 딱 한 가지 바라는 점인데. 그래, 실은 무지 의지하고 있기도 하지. 내 삶의 너무 많은 부분을 나누어주기도 했고. 그러면서, 오빠는 팬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를 뭐라고 생각할까 그런 고민도 했다. 나보다 많이 고민했겠지?오빠는 가수를 직업으로 먹고살고, 팬들이 있으니까 그거 쭉 할 수 있고. 무려 자기 자신이 신화니까. 스스로는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고 있겠지? 답은 뭘까. 우리는 분명히 사랑하는 사이인데... 가족, 친구, 아는 오빠? 아는 동생? 오빠 나 알아요? 흐흐. 진짜 미쳤네 나.
그러다가 예배를 드리면서, 아 우리 saints communion이 될 수는 없을까. 오빠들이랑 예배하면 진짜 행복하겠다. 그런 욕심도 내게 됐다. 제발 예수님 믿으면 좋겠다 우리 오빠들 모두다 제발제발.. 같이 예배하는 그런 사치 같은 바람은 영원히 접을 수 있겠는데, 제발 예수님은 믿으면서 살면 좋겠다. 겨우 빠순이가 담배고나리 술고나리도 아니고 종교 고나리라니 솔직히 누가보면 욕 처먹을 일이지만, 어떡해, 나에겐 이게 다른 무엇보다 오빠를 위한 일이야. 더 열심히 기도해야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지.
최소 믿음의 선배, 어쩌면 동역자까지는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했다. 왜냐면, 내가 최근 묵시처럼 되뇌는 노래들이 전부 우리 노래고, 에릭 랩이라서 그렇다. 설교 때 들은 말씀처럼. 내 친구랑 나눈 삶의 묵상처럼, 오빠가 했던 노랫말들이 내게 와서 나를 가르치고 나를 위로하고 나를 움직이고 있다. 역시 미친 거겠지? 하지만 현실이다. "박쥐 파파라치처럼 살지는 않지. 신념 빼면 시체. 불려 천배 만배 주님이 주신 talent, I am a do what I gotta do" 이 가사가 그렇게 찬물처럼 늘 내 신경을 세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준다. 신념. 그래 신념대로 살라고. 네 신념은 뭔데. 그러면서 사도신경을 외우고... 또, 정의와 공의를 강과 바다와 같이 흐르게 하라고 하셨던 말씀을 기억한다. 그리고 나의 전부. 그래, 이 가사는 쓰자면 정말 끝도 없고, 그냥 나에게는 과연 주님이 전부인가? 자꾸 묻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결심했다. 주님을 나의 전부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되어야지. 그러면 정말로 좋겠다. 어떤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거야. 어차피 주님의 세계인걸, 나는 그분의 한순간인걸. 그런 결심을 하면서 예배를 갔고, 주 말씀 향하여, 라는 찬양을 부르는데. 힘도 아니고 능력도 아니고 오직 성령으로, 그게 된다고 내가 노래하면서 또 쳐 울었다. 이런 미친. 세상에서 가장 귀한걸, 나 같은 병신도 그냥 얻을 수 있단 말이야? 가장 값진 그걸 말이야? 정말로 그냥? 그래. 그래.. 그래서 이게 은혜구나.
콘서트 후기에서, 내가 뭘 선택해야 할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좋다, 라는 응원을 받았다고 쓴 적이 있다. 이주일만에 그걸 그새 까먹고 또 힘들어하는 중이었는데... 예배하는 동안은, 왜 어떤 선택을 해도 좋은지 정말 좋은 건지 왜 그런 건지 이유를 듣고, 믿을 수 있었다.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내 인생 보면서 이것저것 너무 많이 속상해하지만, 또 모든 것이 엉망이라고 비관하지만. 나 정말 괜찮다고. 왜냐면, 아버지랑 나랑 문제없이 사랑하고 있으므로, 아빠는 그것뿐이고 그것만 중요하니까. 넌 괜찮은 거라고. 무슨 일이 이루어지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네가 나를 바라는 동안은 나의 계획을 안전하게 지나는 중인 거라고. 그런 얘기를 하셨던 거 같다. 그래서 뭐, 역시 쳐 울었다. 지금도 괜히.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상태 안 좋다고 말했던 때부터 쭉, 생각보다 많은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먹고 싶은 것도 다 먹고. 돈도 쥐뿔도 없고 벌지도 않는 게. 오늘도 치킨 먹었다. 징징대니까 동생이 사줬다. 힘들게 단기 알바한 걸로는 아마 뮤지컬도 보러 갈 수 있겠지. 즉시 티켓팅은 못하겠지만... 꽃도, 밤이지만 많이 보고 있고. 커피도 원 없이 마시고. 히말라야 간 김동완도 건강하다고 하고. 친구 어머니도 수술 잘 마치고 회복을 아주 빨리하고 계시고. 우리 충재는 잠 잘 자고 있을까? 맞다, 다음 주에는 글쓰기 교실도 간다. 진짜 X발 진짜 열심히 할 거다. 정말로. 최고로.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상태가 안 좋았는데 회복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중이라는 말이다. 줄지은 탈락의 폭력 속에서도, 내가 선화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또 건강하고 아름다운 선화를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말이다. 제기랄, 역시 여기에도 신화 얘기가 반이 넘어가면 나는 정말 어떡하지. 이거 비정상이라도 나 그냥 이렇게 살면 안 되나? 왜 자꾸 고민하지 나? 아 진짜 적당히 좋아하지 제기랄 제기랄 왜 이렇게 많이 사랑해 왜 이렇게. 주님ㅜㅠㅠ 아오ㅜㅠㅠㅠ아부지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