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남도
비 오는 남도에 대하여
2016年 1月 28日 ~ 30日
순천만[順天灣]
Iphone6, 지평선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땅의 민낯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입장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벌써 어둠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자판기에서 추억을 뽑아 그곳으로 보냅니다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어스름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도시의 빛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치ㅣㅣㅣ맥ㄱㄱㄱ
죽녹원[竹緑苑]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똑바로 길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위로부터 빛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안개숲
Iphone6, 눈과 대나무와 정자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이 길을 쭉 걸어 저 곳에서 쉬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五一八光州民主化運動] 기념공원
Sony Alpha 77 Tamron 18-270mm F/3.5-6.3, 지하에서 지상으로— 우리는 등을 따라 걸었다
여행기[旅行記]
비가 와서 많이 힘들었다. 친구와 나는 “여행하는 동안 비가 내린다”라는 사실을 단순히 “날씨가 흐려서 아주 예쁜 풍경을 기대하기는 힘듦”이라고 이해했지만 비는 여행 그 자체를 힘들게 했다. 모든 게 서서히 젖어버린다. 점퍼도 홀딱 젖고, 신발도 홀딱 젖고(이틀 밤 두 번의 완전한 헹굼) 양 말 두 켤레 수건 두 장을 버렸다. 신발 말리다가 버렸다. 수건은. 뭘 좀 찍으려고 하면 카메라도 금세 젖어버렸다. 우산을 늘 들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카메라 들기도 힘들었고 찍어도 모든 사진에 우산이 걸렸다. 빡치게.
패기 넘치는 첫날에 갔던 순천만은 바람마저 쌩쌩 불었는데, 우리는 끝내 산꼭대기에 있는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풍경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다웠지만, 넋 놓고 즐기기는 쉽지 않았다. 산은 너무 높았고, 온몸은 겨울비에 축축하게 젖었고, 시간은 이미 5시를 넘겨 온 세상이 흐리고 어둡기까지 했다. 하지만 일몰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에는 내려올 수 없었다. 바보같이.. 추워 죽겠는데 거기서 또 일몰을 보겠다고 서 있었다. 물론 볼 수 없었다. 내려오는 길만 더욱 개고생일 뿐이었다.
담양은 비가 덜 왔다. 하지만 전날 눈이 왔다가 녹는 중이었다. 죽녹원의 길은 대개 흙으로만 되어있었는데 사정이 좋아 봐야 웅덩이, 나쁘면 진흙탕이었다. 내 신발을 가득 에우르는 그 묵직함! 굉장했다. 한 발 뗄 때마다 무거워지는 신발이라니! 내가 의류를 아끼는 편이 아닌데도 신발이 아까워질 지경이었다. 여기서 저기를 이동해야지, 하는 것마저 너무나도 큰 결심이 필요했다. 어둠이 내릴 기세가 보여, 다음 목적지인 관방제림으로 서둘러 이동했으나 크게 후회했다. 꽁꽁 언 영산강 곁으로 또 다른 웅덩이와 진흙탕, 그뿐이었다. 죽녹원에 더 있지 않았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혼자였거나 B가 아닌 다른 친구와 함께한 여행이었다면 실망만 남았거나 크게 싸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B는 나를 많이 참아줬고, 우리는 잘 맞는 구석이 너무 많았다. 순천만 전망대에서 하산할 때가 특히 그랬다. 깜깜한 산을 오직 둘이서만 내려온다는 건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나무 사이에서 갑작스레 뭐든지 튀어나올 것만 같아 우리는 뜬금없이 상황극을 열었다. 멀리 도시의 불빛을 보며, “사형 조금만 버티시오!! 조금만 더 걸으면 인가가 나올 것이오!!” “저..저기좀 보시오! 금방이라도 범이 나올 것 같지 않소? 이 골짜기에서 범에게 당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소문을 들었소” 따위의 고전적 대사를 내뱉으며 깔깔댔다. 정말 우리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는 선비라고 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순간이었다. 나는 그게 즐거웠다. B는 이제는 거의 아무도 안 받아주는 나의 줄임말 놀이도 다 받아줬다. 그것도 정말 감동을 주는 부분이 아닐 수가 없다.
또, 내 몸이나 마음이 힘들거나 말거나 자연의 아름다움이란 곳곳에 흩어져있어 피할 수도 없이 내 눈에 담기곤 했다. 우산을 들고 갈대 사이를 줄지어 가는 사람들은 멀리에서 마치 모뉴먼트 밸리에 나오는 큰 새같았다. 내 눈이 아주 나쁜 편이기 때문에 우산이 꼭 큰 부리처럼 보였다.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영화나 마법같이 아주 특별한 현실 속에 존재한 느낌이었다. 지브리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 그 자체가 신비였다. 죽녹원은 너무나도 상쾌했다. 파워 음이온! 그린! 끝내 내 발이 쿰척5단계에 돌입하도록 만들었지만, 눈 역시, 보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잠시 눈과 대나무로 둘러싸인 마루에 앉아 몸을 쉴 때 편안했다. 평안했다.
숙소도 좋았고, 식사도 좋았다. 사흘 내내! 감사했다. 돌아오는 날 아침 무리해서 일어나 들른 광주민주화항쟁 기념공원도 의미 있었다. 세월호 합동 분향소를 찾았을 때 느꼈던 “존재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돌로 새겨진 민주화 항쟁 희생자 명단 앞에서 다시 느꼈다. 수많은 희생자의 이름. 눈에 꼭꼭 새겼다. 지하 전시실에서 지상으로 올라갈 때 등을 따라 걸었다. 전면을 바라보고 있는 열사의 동상은 지금도 우리를 민주화의 길로 인도한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외로웠다. 엉뚱하게도 여행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완은 항상 괜찮은 걸까? 물어보고 싶다. 여행은 참으로 꿈같았다. 다녀온 것 같지가 않으면서도 분명히 다녀왔다. 증거는, 낯선 환경에 나를 노출시키는 동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발견했다는 것. 강릉을 여행할 때는 내가 겁과 두려움이 불편할 정도로 많다는 걸 알게 됐는데 이번엔 만족의 역치가 매우 낮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 저렇게 심각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매번 웃었다. 긍정적인 점을 발견하고 감사했다. 이런 나 자신이 모두 새삼스러웠다. 그러니. 답을 알 수 없어도 다시 떠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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