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께








사랑하는 아버지께 





   아버지 저는 끝없는 두려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 길에는 동행인이 없고 후레쉬가 없습니다. 어두움은 당연하게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저의 자리를 둘러메고 있습니다. 제가 한 발씩 저의 자리를 옮길 때면 거리도 모를 그 곳에선 찬 물 방울이 뚝, 뚝, 떨어집니다. 귓등에 얼음장같은 그 이슬이 튀어 저의 피부를 빳빳히 긴장시키기는 듯도 합니다. 아무도 모를 이 길은 저의 안쪽의 안쪽에서 생겨났으면서도 우주의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내가 이 시공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요, 아버지. 두려움의 길 따위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버지. 나를 낳으셨다면, 이 길을 붙들어 나의 잉태한 곳으로 끝내 나를 인도해주시기를. 막연히 기도합니다.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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