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다시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다



바람




    이맘때가 떠올라. 직업을 갖느냐, 공부를 계속하느냐 나 고민 많이 했었잖아. 따듯한 봄 햇살 아래 많이 걸어 다니면서 게 막막하지만 예쁘고 다정한 꽃들만은 진리가 아닌가, 안심하고 그랬잖아. 그리고 콘서트에 가서 어떤 길을 가든 괜찮다는 격려도 얻고. 자신감도 얻고. 내가 누군지 다시 되새기고. 그래서 힘이 나고 자신감이 생겼는데. 나도 나를 못 믿는데, 오빠가 인사해주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또 예쁘다고 해줬을 때. 힘을 냈었는데.  

    요새는 모든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만 들어. 이곳에서 계속 일하는 것도. 같은 회사 다른 팀으로 이동하는 것도. 아니면 다른 회사를 가는 일도. 아예 다른 직장을 구하는 일도. 아니면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일도... 사랑받는 일도. 사랑하는 일도. 괜찮은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지어나가는 일도. 그냥 전부 자신이 없어. 


    핑계를 대봐. 남 탓을 해봐. 지금도 환경 탓이 없다고는 생각 안 해. 이런 생각 바보 같아도 맞는 건 맞는 거 아냐? 그냥 그 환경을 내가 선택한 거고. 내가 못 견딘 것뿐이지. 나만 나빴던 건 아니야. 완전히 너덜너덜해져 있고. 모든 것을 소진해버렸어. 일 년은 버티자고 결심을 했고, 일 년이 다가오자 나는 탈출할 궁리만 하고 있잖아... 죽고 싶지 않다.


    미련을 버리고,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 어느 정도의 어려움을 견딜 결심이 필요하다. 어영부영 버티는 하루가 더 아까워지면, 그때는 정말로 나올 수 있겠지? 회사에서, 네 일엔 진심이 없다고 더더 깨지고 나면... 그때는 도망칠 수밖에 없겠지. 그건 그거대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나오기 전까지는 칭찬을 받고 싶다. 박수 칠 때 떠나고 싶다. 그래야 온전한 떠남일 것만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될 수 있을까. 


    이 자리를 포기했다간, 내게 실망하겠다고 협박했던 게 아직도 무섭고, 두렵고, 떨리지만. 어쩔 수 없어. 항상 좋은 사람으로 남아달라는 부탁이, 더 잔인한 거 아닌가? 이런 비교 웃기지만, 그 사람의 과거 생각해보면. 지금의 나보다 훨씬 엉망인데. 나도 시행착오를 거쳐 진짜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인 거라고. 누구도 억지로 멱살 잡아 끌고갈 수 없다. 나를 뭐라고 부르든,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 게 바르다고 윽박지르든 나는 내 페이스대로. 살 테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실은, 글을 너무 오래 쓰지 않아서. 이런 말들이 다 글이라기엔 어려운 수다인 걸 알지만. 내가 잘 있고, 불성실하지마는 오빠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어. 그래, 이 봄에 진실 된 것은 이것뿐이야. 내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 우리의 시절을 떠올리며, 어렴풋이 나 자신의 정체성을 붙들고 있다는 것. 모든 게 엉망이야. 힘내서 정리해보려고 해. 그게 나를 더 갉아먹는 현실을 탈출할 죽음 이외의 유일한 방법이라면.





'Inside > 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45  (0) 2017.07.15
광화문 어스름  (0) 2017.05.28
푸른 은행잎이 오후의 빛 만큼 노래졌을 때  (0) 2016.08.11
천천히  (0) 2016.06.30
<무기여 잘있거라>의 결말 구성 방식을 트레이싱한 일기  (0) 2016.06.09
prev 1 2 3 4 5 6 7 ··· 98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