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다투듯이 한 숨을 쉬었다




복도를 지나는 괴물이 방 문을 세차게 두드린다. 문틈 새로 휘파람을 분다. 

고작 찬공기와 뜨거운 공기의 만남 주제에 내 방 문을 두드릴 손이 있다. 기껏해야 차다 뜨겁다 촉감밖에 느끼게하지 못하는 바람이, 문틈을 지나며 내게 들리도록, 말을 한다.  


나도 바람과 다투듯 한 숨 실컷 쉬어 봤다. 만번도 넘게 쉬었다. 가능한 깊게 쉬었다. 그럼 나도 바람처럼 두드림이든 소리든 만들 수 있을까. 끼니 때마다 밥 숟가락도 얼마나 세차게 집어던졌는지 모른다. 그러면 좀 시원해질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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