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11.06 세 갈래 토크

세 갈래 토크




세 갈래 토크




왼쪽 갈래: 

깨어도 깨어도 깰 수 없는 꿈을 꾸었다  


    새벽 여섯 시 반 무렵부터 다섯 번은 확인한 것 같다. 나의 화면엔 합격이란 글자가 없었고, 내 또래의 수많은 여학생들이 애쓰고 있을 것이나, 하여간 넌 아니라는, 정중한 거절의 말이었다. 나는 에서, 탈락을 확인하고 꿈에서 깨고, 또다시 '탈락은 역시 꿈이었던 게로군' 하면서 또 한 번 탈락을 확인했다. 그마저도 꿈이었다. 몽롱하고 흐릿하게, 다들 물어보았다. 그때마다, '아까 그건 꿈이었던 거 같은데'하면서 처음처럼 탈락을 확정했다. 꿈인 줄 알고 또 깨고, 또 깨어도 다시 깨야만 했다. 아침이 길었다. 



    지금은 깨어있겠지? 나. 취업의 과정이란 만만치가 않구나. 어디 가서 멘탈 강하다는 소리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동생 새끼가 괜히 입 털고 다녀서 제기랄, 더 관심받게 되어버렸다. 차라리 시원하게 탈락하고 싶다. 근자감과 자괴감을 오가느라 멀미가 난다




가운데 갈래:

꿈에 그리던 탈락을 했다


    이 기분이 익숙해지려면... 아니 도무지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아. 당연히 기분 더럽지. 일순간 멍청한 인간들과 동급이 되어버렸다. 허허. 그게 기분이 나쁜 거야 우선. 합격도 믿을 수 없었지만 탈락 역시 믿을 수가 없다. 제기랄. 떨어지니까 더 가고 싶네. 다음 전형에 나를 모시지 못하겠다, 라니. 역시 버림받으면 더 간절해지는구나. 


    이제야 시사교양보다 엠넷이 가고 싶고, 덧없이 버려진 나와 당신의 아름다웠을 뻔한, 그 시간이 아까워 죽을 것 같습니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나는 필기 보러 안 갈 거예요. 빚내서 오빠 보러 갈 거예요. 아니.. 아니 실은 다시 시험을 치겠지. 제기랄. 


    그러나 또다시, 눈물 나는 시절 내가 찾는 이는 당신인 것입니다. 네가 백수라도 사랑해. 네가 죄인이라도 사랑해. 네가 창녀라도 사랑해. 네가 고아라도 사랑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너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씀하시는 당신인 것입니다. 그래서 제 대답은, 그럼요. 물론이에요. 하면서, 시편 18편 1절.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오른쪽 갈래:

표 구했다 드디어. 


    인간적으로 진짜 10회나 되는 공연을 내가 씨 이삭줍기를 해야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황당하면서도 감사하다. 제기랄. 아싸. 이런 사람을, 이렇게 공연하는 사람더러 무슨 뭍인 음악이니 어쩌니 하는 개소리를! XX! 뒤질라고! 빠순이는 머릿수도 안 세냐. 빠순이도 인간이다. 세상이다. 흐 정말루 진짜루 ㅠㅠ 속상하다가도 기쁜, 이 괴이한 감정 같은 것도, 당신이 아니면 나에겐 없었다. 이마만큼이나 김동완이 대단한데. 


    하여간 표를 구했다. 할렐루야!!!!!!!!!!! 원하던 첫 번째 공연은 아니지만, 이 상황에서는 자리를 따지거나 날짜를 따지는 게 의미가 전혀 없다. 가고 못 가고의 문제다. 처음으로 예매 대기도 걸어보았다. 자리 욕심은 없는 편인데, 평일이랑 주말이랑 다르다고 하니까 주말 표가 한 장 더 필요할 거 아니야ㅠㅠㅠㅠㅠㅠ 으허허ㅓㅠㅠㅓㅠㅠ 휴 현실은 뒤이은 혜성활동 돌아온 전진콘서트 크리스마스에 민우 콘서트 그리고 내년 신화활동기에 백수일 나를 위한 자금충전이 눈앞. 그래도 가고 싶다. 공연 시작하면 표 구하기 더 힘들겠지. 너무 좋아서 다들 한 번 더 가려구 안달일테니. 그래. 이게 김동완이라구. 진짜. 진짜라구. 그 누구의 증명도 아주 필요 없는 사람이 이 사람이라구 정말! 

  

    끝까지 가보지도 못한 취업 준비라는 것 때문에, 결국 공개 방송은 한 번도 못 갔다. 근데 오늘 퇴근길 갔다. 히히. 말도 못하게 잘 생긴 사람, 어쩔 줄 모르게 다정한 사람, 모두에게 손 내밀어준 사람. 손 잡아주겠지, 하는 기대보다는 이번 활동 중에 단 한 번, 단 한 순간이라도 오빠 응원하고 싶어서 갔는데, 정말루 손을 잡았다. 어쩌다가 조금 오래 잡고 있기도 했다. 고생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목소리도 생각도 나지가 않았다. 점점 기억조차 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당신은 기억하겠지? 아주 많은 사람이 당신만 배웅하러 나와주었다. 사랑해서 그랬다. 


    마션도 봄. 이걸 진짜 힘들게 시간 맞춰서 봤는데, 내릴 때가 다 되서 정말 없었다. 그래도 무리해서 봤다. 왜냐! 오빠가 "마션 이런 것도 좀 보구"라고 해서 그랬다. 나 그래서 베테랑도 봤다? 다들 재밌다 그래서  본거는 정말 아니야. 오빠가 보라구 추천해줘서 그런 거야. 나 말 진짜 잘 듣지. 나도 내가 신기하다. 













 




'Inside > 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을  (0) 2016.04.13
봄이에요  (0) 2016.03.12
호텔이 달동네에 있습니다  (0) 2015.09.04
힘이 듦  (0) 2015.07.26
8학기 기말고사 끝  (0) 2015.06.20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