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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14 잃어버려서 찾았다
잃어버려서 찾았다
사진출처 Liveworks facebook
아까 화장실에 폰 두고 나왔다가 삼십분만에 깨닳았다. 그러나 착한 H대 여학우, 특히 학관 사층을 오가는 여학우들은 낡은 내 갤쓰리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보다 전엔 인문관 오층 오백삼호에 공책을 두고 나왔는데 한 밤중이 되서야 깨닳았다. 놓고간다 놓고간다 싶었는데 진짜 놓고왔다. 아 내 옥스퍼드 공책... 일기고 필기고 묵상이고 뒷다마고 다써있는데. 생각해보면 난 맥북도 한 번 두고온 적이 있고. 핸드폰은 꽤 여러번 잃어버렸다 찾았다. 그래, 젤 싸구려인 내 공책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리가 없다. 24시간도 넘어서 다시 찾으러 갔더니, 정말 그대로 거기에 있다. 펴져있던 그 페이지 내가 둔 그 모양대로. 다행이다.
수업중엔 피어싱도 잃어버렸다. 공책 잃어버린 저 교실에서. 이게 돌려서 끼는 거라 그런지, 자꾸 만지니까 풀려버렸다. 집에서 빠졌을 때는 찾아서 도로 꼈는데 이번엔 수업 시간에 빠져 오백삼호 바닥 어딘가로 굴러가버렸다.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솔직히, 반색하며 굴려보냈다! 하물며 공책이라도, 잃으면 허전하고 찾으면 기쁘고 한데, 넌 아니야. 어디 처박혀있겠지만, 그래 그냥 거기 있어.
방에 돌아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망설임도 없이, 나는 오른 쪽 귀에 이어폰을 꼽았다. 이어폰이 내가 트라거스에 피어싱 하기를 망설인 유일한 이유였다. 미관이냐 음악이냐에서 나는 딱 한 달만 미관을 택하기로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아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그러다 오늘까지 왔는데, 시원하게 빠져주셨다. 우연히도!
하여 나는, 오른 쪽 소리를 되찾았다. 민우 노래가 이렇게 좋은줄 몰랐다! 피어싱오빠는, 내 눈에 쥬얼리가 몸에겐 흉기나 다름 없으니 상처가 잘 아물때까지 상전같이 모시라고 권고했지만, 나는, 아주 천천히 상처가 낫더라도 민우 노래를 양쪽 귀로 당장 듣는 걸 선택했다. 솔직히 아프다. 좀 많이 아리다. 그런데, 그래도. 좋다. 민우 노래가 이랬구나. 나는 사실 이미 좀 외울만큼, 민우 노랠 많이 들었다. 외장 스피커로도 듣고 왼쪽 이어폰으로도 듣고 그랬는데. 그랬는데. 민우가 준비한 모든 소리를 지금 양쪽 귀로 정성들여 듣고 있자니, 이건 또 다른 노래다. 민우야, 네가 이만큼이나 준비했는데 여태 반 밖에 들을 수 없다는 게 정말 슬펐다. 그런 거 있잖아. 한장 두장 팔려서 니 통장 뚱뚱해지는 것도 좋겠지만, 너는 장사꾼 보다는 음악가니까. 사람들이 네 음악을 충분히 듣고 좋아해주면 하는 거잖아. 그거 못해줘서 되게 미안했어. 제대로 못들어줘서.
피어싱을 잃고 나니 나는 오히려 네 소리를 되찾았다. 양쪽 귀로 노래를 듣는 게 이렇게 충만한 채움인줄 새삼 느낀다. 이제 네 소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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