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이사'에 해당되는 글 1건
- 2014.06.10 연연(戀戀)
What you've done.
주위 사람은 내 가련한 연애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도 '니가 그 사람을 많이 아꼈구나', '정말 소중히 여겼구나, 그사람.' '단단히 빠졌네' 등의 소리를 하곤 했다. 겨우 이정도 마음에 이런 과찬들을 듣는가 싶었다. 나는 아직도 모자라다고, 실컷 사랑하지 못했다고 느꼈는데. 그런데 어제 오늘은 좀 그남자가 대단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3월 12일 포스팅에서 다른 남자를 그리도 절절히 기다리고 사랑했던 내가, 오늘 그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 평생 살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축하했다. 웃으면서 겸상도 했다. 눈물이 나거나 슬퍼야할 이유도 없다. 하하, 영상 찍어서 선물도 해줄건데! 솔직히 연애는 없었어도 그쪽 관계가 훨씬 나에게 양분이 되었으며 정상적인 인간관계의 한 모습이었음에도. 14일 이후로, 나는.
3월 14일 9시, 새로운 그는 나를 미치게 하기 시작하더니, 전에 있던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3개월만에. 아, 이게 말이나 되냐는 말이다. 그 앞에서는 시간이야말로 비논리적인 개념이다. 모든 마음이 한 톨도 남김 없이 자신에게로 옮겨오도록 만들었다. 그래, 이 남자가 이 친절한 마음의 이사 작업을 해주지 않았다면 난 지금 분명 매우 괴로웠을 것이다. 하여간 고마운 일이다. 예전 그와 나는 이제 정말 친밀하고도 좋은 관계로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슬픔
네가 떠난 후 나에게는 보란듯이 좋은 일 신나는 일 밖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쉴 틈 없이 바쁘고 즐겁다. 너 말고 다른 것이 많다. 그러나 그 화기애애한 군중 속에서도 별안간 홀로 슬프게, 홀로 외롭게, 홀로 우울하게 나를 끌어내리는 그 고개숙인 마음이. 너다. 그게 여운으로의 너다.
어느 것도 순간순간 너의 부재로 인해 빠져드는 심해와 같은 침체를 이기지 못한다. 아무리 웃고 떠들어도 끝내는 정적이다. 왁자지껄한 풍경속에서 홀로, 별안간 정적이다. 우울하다. 슬프다. 우울하다. 슬프다. 이런 종류의 우울함은 생전 처음이라 어떻게 이겨내야할지 모르겠다. 기운이 없다. 나도 없다. 나야말로 지금 내 인생을 누가 살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숨이라는 것은 애써 쉬는 것, 노력이 없으면 그마저도 저절로 벌어지지 않는 사건이어서, 이러다간, 곧이라도 죽겠다.
나는 네 몸이라는 장작과 네 숨결이라는 산소로 활활 타올랐던 불 그 자체. 네 몸도 네 숨도 떠난 지금은 어둠. 빛도 그림자도 없이 어둠이다. 네가 있었다는 흔적으로의 잿더미조차 볼 수 없는 어둠. 어둠, 싸늘한 어둠. 이럴 줄 알았으면 최대한 느리게 타올라야만 했다. 네가 그립다. 네가 궁금하다.
'Inside > A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잘 다녀온지 거의 일주일 (0) | 2014.07.15 |
---|---|
Some Writings (0) | 2014.06.21 |
너의 죽음은 곧 나의 상실이다 (0) | 2014.06.02 |
화동(花童) (0) | 2013.12.17 |
다정(多情)도 병(病)이어라 (0) | 2013.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