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소설의 특징은, 인물의 비극이 심화될수록 자연만은 더욱더 천진하게 빛난다는 것이다. 

Iphone 6, 왕벚꽃(겹벚꽃)

Iphone 6, 황매화

   애들 시험은 이제 끝이다. 은정이나 재연인 나 때문에 점수를 잘 받아온 게 아니다. 윤호 정도면 몰라도. 성희가 망친 건 내 탓 같기도 하다. 병민이가 시험지 앞에서마저 시작도 전에 포기한 것도 나 때문일지도 모르고. 돌을 잃어도 게임은 계속된다, 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이라도 한 자라도 더 보면 1점이고 2점이고 달라진다, 라고 비장하게 선생질한 나, 선생의 시험은 자체 연장으로 더욱 늘어지는 중이다. 하드카피 한 장조차  들고 오지 않은 주제에 모자를 푹 눌러쓴 나에게, 로빈이 It's not gonna kill you, 라고 말 해주셨을 때 정말로 울 뻔 했다. 실은 집에 돌아와 학원 갈 준비를 하다가 정말로 울었다. 닭똥 같은 눈물 뚝뚝. 지친다, 길다, 왜 이렇게 기냐 이번은, 정말. 시험이 끝나기 전에 지구가 끝나줄 거 같지는 않은데. 그럼 다 견뎌야 하는 건데, 내가 저질러놓은 나 자신들 전부 내가 책임지면서 살아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다른 사람이 아닌, 커다랗고 뜨끈한 당신이 와서 나를 한 번 푹 안아주고, 다시 해보자, 계속 살아보자, 이대로여도. 라고 말하고 뒷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면 좋겠다. 그럼 힘내라는 말 없이도 힘이 날 것만 같다. 아아 마음이 가까울수록, 멀고 먼 몸의 현실이 뚜렷해진다. 아아. 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