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빈 집 주인의 소원






며칠째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니, 정말로 빈 집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썩 나쁘지 않은 게, 뭐랄까, 정말 진정으로 편하달까. 그렇다. 그래서 주저리 주저리 더 솔직히 늘어놓아보면. 잘 살고 있다. 월급 들어오기 직전인데 약속이 켜켜히 있었던 바람에 할머니구걸 엄마구걸 언니구걸 등등 하면서도 돈이 부족해 약속 나갈 때마다 부담이었다. 정말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내일 준다던데 몇시에 주려나. 헌금은 커녕 교회갈 차비도 없다. 



앤디 생일도 지나고 내 생일도 지나고 하면서, 그냥 좋았다. 그런데 또 대외적 꼬락서니를 보면 좋지만은 않다. 이제 활동 막 시작할 시기라 팬들도 동면에서 슬슬 깨어나고 있고 회사도 뭔가를 하려나본데 하 참 어색하고 어설프고 그래서 많이 덜그럭거리는 꼴이 걱정스럽다. 다 떠나서 그냥 걱정스럽다. 내 불편이 먼저겠냐. 팬들끼리 투닥거리는 것이 바깥에 꼴사납게 보이게 되어, 아저씨들 욕먹는게 싫은 거지. 그냥 그런 거다. 아. 네시 지났군. 인원체크 했을텐데 정말로 싸웠으려나. 



요즘 내내 생각한다. 한 사건만 살다 스러져도 좋으니 그냥 드라마 캐릭터가 되고 싶다. 한 사건이지만 특별하고. 한 시기이지만, 모든 것이 충족된다. 사랑, 기쁨, 슬픔, 죽음, 가족, 친구, 애인, 원수, 직장... 대개 모든 것이 들어있다. 특히 사랑. 사실, 한 사건만 살다 죽어도 좋으니 멋진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거다. 멋진 사람이랑. 정말로 멋진 사람이랑. 보통 주인공은 멋지잖아. 오늘의 장고를 보라! 자기 여자 살리려고, 끝까지 쫒아가서. 다 이긴다. 아. 아아... 물론 우리 예수님, 나를 위해 매일 그러고 계시다는 걸 인정한다. 그러시지, 분명 그러시지. 느낄 수 있기를 내일은 꼭 그러기를... 



쓰고보니 그냥 현실감 없는 여자애의 일기네. 하하. 그래도 멍청하고 우스운거 아는데도, 저 바람은 참 진실되다. 딱 한 시기라도 좋다. 제발. 일년을 위해 79년 시시해도 좋으니까 저런 드라마틱한 일년이 있어주면 좋겠다. 내가 만들어야겠지. 내가 작가고, 내가 피디고, 내가 배우겠지. 으아아 알면서도 무거운 이 마음. 그래서 나는 여태 비범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음먹는다고 범인 신분을 단박에 벗을 수 있는가? 그 건 또 다른 문제다.



자야지. 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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