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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1.12 Million Piece of Mind
Million Piece of Mind
10/10 ~ 11/ 11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
병
에
꽂
아
다
오
-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 최승자 중에서
1. 논산엘 따라갔다. 세월호 이후 나는 국가의 아무것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거 안보낼 수도 없는 일이니, 결국 끝까지 따라붙다가, 보내기는 보냈다. 여친이 개털 깎는 바리깡으로 들쑥날쑥 밀어줬다는 까까머리는 자꾸 동생을 간질였다. 그래서 우리는 고별 식사를 하면서도 웃었다.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한 통에 적어왔던 쇼핑 리스트도 다 쓸모없이 되고 동생은 빽빽한 부모들 사이를 가르며 황급히 맨 뒷열로 달려 들어갔다. 더 늦게 들어간 놈들이 있었는데 그걸 생각하면 뭐가 급해서 그렇게 일찍, 두시도 안됐는데 왜 미리, 무언가 잘못이라도 한 듯이 제 발로 뛰어갔는지. 싶다. 길고 어이없는 연대장의 연설 뒤에 운동장을 죽 돌아, 마치 환향 행열같은 모양으로 훈련생들이 스탠드를 향해 손을 흔들때, 동생은 진짜로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얼굴을 비추어 주었다. 반바지를 입혀 들여보내길 잘한 것이, 멀리 멀찍이 걸어도 내 동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나는 그대가 겪었을 많은 일들을 가늠하여 본다. 이제서야 조금이나마 헤아려지는 당신의 경험들, 내게는 영원한 판타지일 그곳에서 당신이 감당해야만 했던. 영문도 모르고 욕을 많이 먹는 일이 있었겠지, 많이 맞기도 했겠지. 막내가 들어가니까 이제서야 조금 두렵고, 이 아이를 보내고 나니까 울오빠들 생각이 겨우 난다. 다른 친구들이나 오빠들 동생들은 인지구조 내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궁금하거나 아련하거나 지난일이라도 걱정하나 되지 않으면서도. 울집 막내 다음은 울오빠들. 사실 한명 빼고 전부 훈련소만 마치고 공익을 갔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는 오빠가. 오빠들이. 또.. 또. 사실. 죽고싶어서 죽으려고 했었다는 너까지. 딱 너까지. 생각이 난다.
2. 2차 피드백은 모두 1차 피드백에 의해 바뀐 부분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내가 2차 핏백같은 이야기 할까봐 처음에 그렇게 만든거야. 휴. 스크립트도 많이 손보고, 주제 변화 세션 변화에 타이밍 맞추려고 애도 많이 썼다. 물론 계속적인 지각으로 전적으로 감사받아야할 위치에서 추락한 건 알지만, 결국에 한일이 많다고. 많다고! 생색내고 싶다고. 차마 못내지만. 차마 돈으로 달란 소리도 못하지만 ㅜㅜ...
3. 화요일의 그 사람은 수 없이 너였다가 네가 아니였다가 별게 아니었다가 또 별거였다가를 수십번 반복한다. 너였니. 너였으면 한 마디 인사라도 해야하지 않았니. 또 다시 너는, 너와 함께한 짧은 시간은, 너에 의해 별것이었다가 별것이 아니었다가를 왕복한다. 걷고 또 걷다가 이 길은 매일 더 선명하게 자리를 잡는다. 평생을 다 해 정착할 일 없을 것 같은 두 끝 집.
4. 요즈음에는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마냥, 모든 긴 말들과 질문들 고민들에 두글자로 답하고 싶다. 좆까. let it go 를 다좆까로 번역한 영상이 있다던데, 그래 탁월했다. 다좆까, 다좆까! 요새는 그냥 다 그렇게 잘라서 말하고 싶다. 이야기도 듣다 말고, 글도 읽다 말고, 티비도 보다 말고. 좆까.
5. 내가 미치게 고생한 그날엔 네가 많이 웃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 만족한다.
6. 그날 이후 수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서도 수려하고 논리적으로 말하던 나를 칭찬했다. 심지어 이런 나에게도 말이 안나올 만큼 긴장되는 때가 있었는데. 네 예쁜 옷을 칭찬하고 싶었을 때가 그랬고. 오래 어려워하던 사람이 앉아있는 회의 자리에서 그랬다.
6. 난말이지. 난말이지, 라고 계속 운을 떼고 싶다. 너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내 인생 통틀어 가장 신랄하게 망가진 관계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난 늘 과하고, 난 늘 너무 부족했다. 너에게. 가장 아끼던 너에게. 회복하고 수습하는 법도 몰라. 무언가가 너무나도 썩으면 고칠 수도 없기에 손 데지도 못하고 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마치 그게 너와 나의 관계같다는, 그런 생각을 한다. 널 좋아했는데. 널 사랑하는데!
흠. 좀 심하게 중구난방이군! 그래서 만 조각의 마음, 바다 바다 안개의 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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