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Am

목련, 벚꽃, 개나리, 나.

善化 2015. 4. 12. 01:18





Day of Flowers






1. 





우리 만나지 못했지만. 오빠도 보고 나도 봤으면, 우리가 다른 시간에라도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감상을 느꼈다면, 그건 하나의 꽃놀이를 즐겼다고 말할 수 있는 거라고 믿습니다. 이 정도면 함께한 거나 진배없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더워 죽겠는데 혹 당신을 마주칠 수 있다는 생각에 열라 걸어 올라갔어요. 땀 뻘뻘 내면서 말입니다.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우리 학교 후문에서 이 학교 후문으로 연결되는 그 언덕이 얼마나 가파른지. 공복에, 애 많이 썼습니다. 나도 사진 하는 사람이라 아는데, 당신이라면 분명히 이 풍경에 욕심을 낼 거거든요. 혹시 여전히 이 근처에 있다면 낮이지만, 그래도, 분명히 이 풍경을 찍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꽃 핀 날 중에 가장 날씨 좋은 날이었으니까. 뭐 현실은 그냥 당신이 생각보다 일찍 퇴원했다는 것과 또 다른 곳에를 향하는 중이었다는 것이었지만ㅜㅜ


얼굴은 못 보았지만 당신 향기를 맡습니다. 당신이 들이마시고 또 내쉰 그 공기로 나도 호흡해봅니다. 내가 담은 곳을 그대로 당신 역시 담은 그런 사진을 올려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텐데. 우리가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아름다움에 감격했다는 것을 당신이 보여주면 정말로 기쁠 텐데.


봄이에요. 보고 싶어요, 벌써 그래요. 






2. 







작년 봄에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고, 처음으로 여의도 벚꽃길에 가서 꽃 구경을 했었다. 지금은 없다. 올해도 좋다. 전에는 애인이 없으면 날씨 좋은 것도 봄도 다 볼품 없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지금도 충분하다. 솔직히 그때 너무너무 좋았으니까 아무리 나쁘게 기억해보려고 해도 그날은 정말 달랐으니까 그날만큼은 정말 최고였으니까, 남자친구가 있던 봄보다 없는 지금이 좋다! 라고 까지는 말 못해도. 그래도 그땐 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이것저것 다 평화롭다. 생각 총량은 오직 나에 의해 분배되고, 시간 총량도 그렇고, 알바하고 공부하고 교회일 하고 친구로 가족으로 팬으로 나 자신으로 사느라 몸과 마음이 지치는 와중에도 균형이 있다. 또 정말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고, 매일 사랑받는다. 작년처럼 점점 예뻐지고 있다는 칭찬도 자주 듣는다. 하하. 충분한 봄이야. 꽃이 정말 예쁘다.






3. 






따로 놀러 가지 않아도 지천으로 꽃이 깔린 것이 이 봄에 가장 기쁜 일이다. 비록 내 학교는 태풍이 오면 허리가 부러지기도 하는 아직 가녀린 꽃 나무들뿐이지만 좌우로 한 발씩만 나가도 이렇게 예쁘다. 예종은 개나리가 정말 쏟아질 듯이 집을 짓고 있다. 거의 건물처럼 커다란 군락을 짓고 있어서, 처음 봤을 때는 그것만 한참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벚꽃도 정말 예쁘고. 혼자 집에 가는 길이 매일 꽃밭이다. 맨 처음 콘서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불러줬던 소망을 들으면서, 실컷 사진도 찍고 하고 싶은 생각도 했다. 이 충만한 봄 속에 서 있는 내가 생기 있는 어린 여자인 사실이 기뻤다. 거울을 볼 수 없었지만, 나라는 존재가 이만하면 충분히 예쁘다고 느껴졌다.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