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 지금도 잘 자고 있기를
사랑하는, 내가 사랑하는 K.
마음 못믿어서 미안해. 근데 내가 못믿는 인간인 이유 반, 네가 나한테 잘 못한 거 반이야. 내가 더 좋아해. 너도 나만큼 좋아하면 좋겠어. 마음이 안 놓여, 니가 도망갈 것 같아서.
나의 간절함은, 나의 이런 초라한 마음을 보고도, 네가 잠잠히 나를 안아주면서. "그럼 내가 더 많이예뻐해줄게. 아껴줄게. 자기가 내 마음 믿을 때까지 더, 더 많이. 내가 부어줄게. 지치지 않고 사랑해줄게. 못믿어서 불안할 때도 거기 가만히 있어요. 내가 다시 믿게 도와줄게." 라고 말해주는 거. 더이상 가난한 마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아, 쪽팔려서. 그런데. 이게 나야. 나의 나로 너에게 사랑받고 싶다. 내가 너에게 베풀듯. 견디듯. 그냥. 그런 마음으로.
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런 불안과 공포, 슬픔에 대해 그가 결국은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나의 사랑이 그를 위해 해야할, 당신이 주신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기를. 불안 속에 순간이라도 안정하고, 불행 속에 작게나마 감사하고. 불확실한 믿음 속에, 나를 보며 당신의 존재를 신뢰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잘 자고 있기를. 푹 자서, 피로가 다 풀려서, 마음도 다 풀려서(그래도 할 고민은 꼭 하게 하시고!) 안전하고 또 즐겁게 내일의 일을 하기를. 아빠가 허락한 사랑과 지혜로, 어려운 동료와도 내일은 웃으면서 일하게 도와주세요. 당신이 내게 하셨던 것 처럼, 관계를 회복시켜 주세요. 사랑과 축복을 주시면 다 되잖아요.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잘 먹고, 땀흘려서 수고하고, 잘 자고,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건강하고.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고 용서하면서, 그렇게 매일 살았으면. 아! 아빠랑 짱짱 친하게.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내 사랑하는 이를 도우십시오. 내게, 내게 그러하셧듯. 그 사람도 나만큼 그리고 어쩌면 나보다 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그런 아들이니까 말입니다. 매일매일 자기 몫의 천국을 누리며 살도록 도와주세요. 주님을 사랑하는 기쁨을, 즐거움을 빼앗기지 않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