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Am

다정(多情)도 병(病)이어라

善化 2013. 12. 10. 01:18



오늘만큼 다정한 날이 없었다. 지금 이 느낌은, 언젠가 시드니의 제이슨이 나의 대답을 기다리며 나를 빤히 바라보던 그 때. 같은 공간에 다른 이들이야 많지만 그들이 아니라, 나의 공감 그리고 나와의 공유를 기다리는,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에게 메여있는 그 마음을 느꼈을 때와 같다. 오늘 당신은 내게 주의를 기울여 주었다. 이쪽으로 트인 물길에 당신의 시선이 흘렀다. 



비싼 거 아니라도 간식 사주는 것도 좋고. 옛날 이야기 해주는 것도 좋고. 가족 이야기 해주는 것도 좋다. 작은 거라도, 서로 요청하고 또 들어주는 게 있다는 것도 좋고. 문 잡아주는 것도 좋다. 니가 정한 메뉴로 밥 먹는 것도 좋다. 이제 편하게 전화도 하고 개인톡도 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좋다. 누가 아무렇게 부르든 상관 없었지만, 힘들게 가까워져서 그런지, 이것마저 좋다. 



아무도 바래다주지 못할 오늘이었지만, 오늘의 귀갓길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외로움이 나를 틈 탈 기회는 없다. 오늘의 당신이 굉장히 다정했기 때문에. 난로를 내 쪽으로 돌려주고 가서 그런지, 내 자리가 따듯하다. 지난 겨울 내게서 한 길로 떠난 네가, 올 해 겨울, 일곱 길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닳았다. 여기에 이 마음이, 있다.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kvxI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