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사과, 오늘의 고백, 미래의 약속
사과하기: 글을 쓰는 이유
안녕, 인사가 너무 늦었어요. 시무룩한 얼굴을 볼 때마다 이딴 글 늦게 쓰는 마음의 부담이 생기고 그러더라. 말도 안 되는 거 알지만 그래도, 혹시 내가 한 말에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해서... 여기 있다고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 글이 늦은 데는 다른 이유가 없어. 나, 글보다 급한 서포트를 실컷 하고 있었거든! 알면 오빠도 놀랄걸요? 전에 내가, 열심을 마구마구 내고 있다고 했던 거 기억나요? 그 거 말이야 그거. 앨범도 사고.(18장) 스밍도 하고. (아이디가 6개!) 다운총공도 열심히 하고. (소액결제 금액.. 어마어마해..) 또, 음악을 듣고 얼굴을 보고 사람들과 오빠에 관해 이야기하고 또 더 많이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느라 바빴지.
정면돌파해달라는 말이나 망가지지 말자는 말 따위를 대문에 이리도 오래 걸어놓은 건 할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 번 더 미안해요. 꼭 사과하고 싶어요. 팬들이 해달라는 부분 전부 작정하고 열심히 들어주는 오빠를 보면서 나 속으로 종종 울었어. 고마워서, 이렇게 해주는 사람 인생에 또 언제 만날까 싶어서. 소중해서. 미안해서...
그래서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말은 말이지. 오빠가 해준 고백 중, 오렌지, 별 이런 것과 같아.
당신의 음악을 사랑해요.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아껴요. 지금 내가 있는 힘 없는 힘 다 내는 이유에요. 모든 이들의 무시를 무시하고, 내가 해내는 일이란 이런 것들입니다. 내 사랑 당신을 더 아름답게 하는 일. 어느 때보다 더 사랑해요. 이번에도 역시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가볍게 뛰어넘는 중이에요.
본격적인 말 1: 서서도 잘 수 있다,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요새는 밤새도록 서포트를 하고 출근길 내내 자. 하나님께서는 계속, ‘역량만큼’이라는 말을 하시는 것 같아서... 입을 벌리는 만큼 축복을 주신다는 말씀처럼 말이야. 그 말이 자꾸 맴돌아서, 역량만큼이라는 말이 자꾸 맴돌아서 잘 수가 없어 밤엔. 그리고 서서도 잘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분명 서 있었는데, 딱히 기댈 곳도 없이 서 있었는데, 나 정말 푹 잤어. 눈 깜빡할 사이에 내려야 할 곳에 도착해서 혼자 얼마나 놀랐는지. 그게 되더라니까. 서서 푹 자는 게.
어저께는 공방도 다녀왔다. 겨울 공방과 질긴 미련이 만나면 끔찍한 고통을 낳는데, 당신은 그 모든 걸 견디게 할만한 사랑이야.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뮤직뱅크가 그랬다. 하루종일 공식적으로 오빠를 위해 내 삶을 할애하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나 연차 내고 공방 뛰었다구. 내가 원하는 것들을 다 이룬 날이었다. 나는 떳떳한 직업인이었고, 떳떳하게 오빠를 보러온 한 명의 신화창조였다. 그리고 그 오빠는 우주 최고로 멋져. 완전 우주 자랑스럽고 대박적이야.
돈도 많이 쓰고. 시간도 많이 쓰고. 별짓 다 한다 내가. 이런 시간이 자랑스럽다. 이렇게 살구 있었다. 이에 필연적인 원인, 연속되는 글 참고.
본격적인 말 2: 1에 관한 거의 모든 원인 "사랑, 나의 자랑"
노래를 듣는 동안, 오빠를 보는 동안, 내가 여태 신화 팬 해온 거 너무 자랑스러웠어. 오빠들은, 한 몸처럼 춤추고 노래해. 그게 진짜 멋지다고. 그리고 모든 무대를 모니터링하는 신혜성! 쉬는 시간엔 그냥 모니터링을 하는 신혜성. 진짜 뭐냐? 진짜? 응? 미남인데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데다 프로패셔널한 빈틈없음이라니. 진짜. 내가 또 치인다. 또, HEAVEN을 노래하는 민셩의 투샷. 음의 이동, 울림 그런 걸 다 느끼는 동안 황홀했어. 진짜 멋있고 다 좋다구 정말 엉엉
앨범은, 솔직히 노래가 너무 좋아. HEAVEN을 처음 들으면서 울었어. TOUCH를 보고 들으면서는 믿을 수 없어서 얼얼했어. 이거 우리 노래 맞지. 이렇게 좋은 곡이 우리 거 맞지, 하고 너무 좋아서. 사람들에게도 귀가 있다면 이 앨범은 들어야지. 이번 앨범은 우리가 해온 모든 것을 뛰어넘는 정말 심각한 명반이며, 이 정도 퀄리티라면 무슨 순위가 어디에 어떻게 붙어있던 나는 정말 당당하게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억울해.
또 이런 느낌이야. 나는 어릴 때부터 앨범이 나오면, 자기 전에 꼭 들었거든. 노래를 모두 외우는 날까지 매일 밤 그랬어. 내 마음을 당신이 늘 재워줬던 것 같아. 어린 선화야, 이제는 잘 시간이야. 어서 코자자. 하면서... 그리고 지금, 내가 어른이 되는 동안 함께 자란 당신, 오늘 밤엔,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는 것 같아. 하루 동안 지쳤던 나에게, 다 컸으니까 조금 늦게 자도 좋잖아? 내가 즐겁게 해줄게, 라고 말을 거는 거야. 그리고 아주아주 재밌게 놀아주는 거지. 힘들었던 마음 같은 건 까맣게 잊어버릴 만큼 재밌는 놀이로.
특히 좋아하는 부분. 헤븐에서 정직한 고음 쭉쭉 내지르면서 맞춰 부르는 거 너무 좋아. 통일감 속에 개성, 그런 게 드러나는 보컬라인 랩퍼라인 다 좋아. 자기 자신 안에서도, 통일감과 유연함 그리고 끊이지도 않는 매력이 계속되는 게 정말 좋아. 에릭이 무한 반복했을 만 하다.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그리고 TONIGHT가 좋아. 민우, 재능 완전 미친 거 아니야? 민우 아니면 신화 없었지. 그럼그럼. 우리, 가수잖아.
앨범을 이야기하는 인터뷰에서는 그 부분 때문에 행복했어. 혜성이,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대답을 했을 때. 신화는 오래 해서 어떤 시도를 한다고 색깔이 바뀌거나 하지 않는다. 라는 말. 흐흐. 그리고 에릭의 가사, 냉정한 어른이 되기엔 너무 여리다는 부분 있잖아. 내 얘기 많이 들어준 것 같은 착각하게 해줘서 좋아.
이뿐이겠어? 말로 다 못해. 왜 이렇게, 왜 이렇게 내가 자랑할만한 사람이냐, 당신은. 나 같은 건 역시 발치에도 미치지 못할 아름다움이냐, 여전히. 나 스스로 냈던 열심 같은 건 당신의 능력 앞에 너무나 초라해. 감히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오빠를 사랑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조금 늦은 말: Perfect Men, Wild Eyes, 기도
12월엔 양콘을 다녀왔지요. 모든 순간이 좋았는데, 이렇게 세 곡이 제일 내 거 같았어. 아! 모두가 무릎 꿇고 기도를 하던 I Pray 4 U가 감격이었어요. 나도 항상 기도하고 있으니까..
첫 날엔 시무룩한 모습이 속상하기도 했지만, 모든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오늘부터 전력질주다.'라고 생각했지. 왜냐면, 나는 오빠, 무대 위 조명 속에 있는 오빠가 좋아. 오빠만을 추는 핀 조명이 되고 싶어. 그 순간의 오빠 그림자도 좋고. 이렇게 여섯이서 같이 있는 게, 그게 벅차도록 내 마음에 꽈악 들어찼고, 다른 것보다 그냥 여섯이 걸어 다니는 게 제일 좋았다. 무대 앞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모든 발걸음을 아꼈다.
별을 부르면서 눈에 눈물이 가득 찼던 민우를 기억해. 나도 힘든 날은 별을 들으면서 울어. 알지 오빠, 나에게 오빠의 이 노래가 어떤 의미인지. 오빠가 우리를 꿈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나에게도 오빠는. 신화는.
그리고 오빠와 눈 마주쳤을 때, 혼자 화해했다. 사랑해, 어쩔 수가 없어, 하고 녹아버리고 말았지. 참 치트키 같은 눈빛. 웃어준 것도 아닌데, 나는 또 이래. 반칙왕 같으니. 내일부터는 웃는 얼굴 보고 싶다.
약속하기
기도를 부르며, 내가 사랑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나도 약속을 했었다.
실은, 근래에 아주 힘들면서 인생 최초로 이 사랑 그만하려고도 해봤는데. 안되. 안되더라? 못하겠어. 그럴 수가 없어. 바꿀 수가 없어. 이미 태어난 고향을 이제 와서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먹었던 식사들은 다시 토한다고 해도 그대로가 아닌 것처럼 말이야. 바꿀 수도 다르게 말할 수도 없는 우리만의 시간이 내 안에 있어. 엄마의 품속 같은 소리와 모습과 추억과 당신, 내 삶에 참여해온 당신.
우리 존재 안에 있어서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이 흔적이, 숨길 수 없는 우리의 보물이고. 그걸 소중하게 여기는 오빠가 좋아. 나보다 더 아낀다는 걸 느꼈어요. 그게 내가 영원을 믿는 힘이야. 그리고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는 더 많은 흔적을 남기며 함께하면 좋겠다고 희망하는 팬들도 좋아. 나도 그중 하나야. 다시, 이게 우리 힘이야.
아픔과 슬픔을 지난 지금은 영원이란 말이 전보다 무거워. 하지만, 어제 영원을 약속하고 오늘까지 그대로라면 오빠, 아직 영원이야. 약속을 지키고 있는 중인 거야.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을 느끼고 싶어. 그게 우리의 바람, 우리의 목표, 우리가 뜻하는 영원인 걸로 하자.
감히 끝을 말했던 거, 잘못했어요. 미안해. 고통스러웠던 날들 전부 수많은 시련은 넘겨지는 페이지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이제 다시 약속해. 무게에 지쳐도, 우리가 어떤 모습을 해도. 사랑만은 영원할 수 있어. 그렇게 해볼게. 나 믿어 오빠. 그래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