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Have been

끝내 만날 수 없던 당신께

善化 2015. 10. 25. 02:15





끝내 만날 수 없던 당신께





1.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적성이라는 걸 보고, 성격 검사도 풀어보고. 쓰레기 작문도 해봤다. 나는 왜 거기에 있었을까? 인사담당자가 참 다정했다는 거 빼고는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다. 몇 차례씩이나 그 자리에 왔었다는 다른 지원자들이나, 누구랄 것도 없이 피디처럼 입고 있던 화장실 앞에서 본 여자들이나. 아. 몇 가지 더 있다. 오늘도 철모르는 달이 낮부터 밝았고, 작문은 꽉 막혔는데 하늘은 탁트여서 노을이 예뻤고(하필 창가에 앉았다) 3교시를 남겨두고 걸었던 복도의 빛 조각들이 예뻤다. 고등학교의 오후는 아름다웠다. 스펙이 대학이 어쩌구 하는 전단지만 좀 뜯어낸다면 완벽했을 거야. 



2. 전진 콘서트에 너무나도 가고 싶었다. 원래 시험이 끝나면 이동해서 현장 구매를 하려고 했다. 시험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니, 섣불리 예매를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 돈이 없었다. 그래 돈이 없었어.. 지원받은 돈으로 다 갚은 줄 알았는데, 저번 달에 총공 소액결제로 퍼부은 돈이, 이번 달에 날아왔다. 이십 삼만원 찍힌 거 보고 내 눈 의심. 하나도 안 갚은 것이었다. 받은 총공비는 그냥 생활비로 나간 것이었다. 하하, 당장 돈도 없고, 또 엄카에서 뽑아서 충당시킬 수도 없고... 정말로 까마득했다. 그래서 딱 하루 전진 콘서트도, 여러날의 김동완 소극장 공연도 단 하나도 예매할 수가 없었다. 양심적으로. 양심상. 그래서 진짜.. 속상한데. 



3. 우리 충재가 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그동안 죽고싶은 순간이 올만큼 힘들었고, 가장 보고싶던 사람마저 볼 수 없는 슬픈 날들뿐이었는데, 이번 활동을 하면서 많이 사랑받고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면서 보상받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는 걸 알고. 조금은 괜찮아졌다. 그래. 내가 이번 활동때 전에 없이 열심을 피웠다. 전진을 너무 많이 사랑해서, 앨범도 많이 사고 음원도 왕창 사고 아이디도 무지하게 만들고 매시간 남에 아이디까지 받아서 스트리밍도 돌려보고. 또, 어디에든 오빠를 정말로 사랑한다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랬다. 콘서트를 끝내 가지 못한 것도, 내가 이렇게나 전진을 사랑하던 와중에 벌인 실수로 인한 거니까. 조금은 괜찮았다. 전진만 행복하면 된다. 그러면 정말로. 



4. 앵콜 콘서트는 돈관리 잘해서 꼭 가야지. 생일 선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1월이니까? 만나고싶다. 보고싶다.. 언제 또 보냐 전진 ㅜㅜ... 



5. 반드시 좋은 여자를 만나서 아름다운 가정 속에 완전히 행복하면 좋겠다. 분명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될거야. 충재는. 쉴만한 가정을 꾸리면 좋겠다. 다른 멤버는 몰라도 충재는, 그렇게 결혼해야 오히려 내 마음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그보다 신을 꼭 만나면 좋겠다. 더 열심히 기도해야지. 더 열심히 중보해줘야지. 하나님 우리 충재 예뻐해주세요. 제발이요. 제 축복을 감하셔도 좋으니, 박충재를 보살펴 주세요. 진심이에요.



6. 김동완. 아... 이러면 안되는데, 내가 취업으로 정신이 없어지니 떡밥 주워먹는 것 조차도 못하고 있다. 서포트는 커녕 스트리밍 돌리기에도 벅찬 일정이라니. 슬프다. 



7. 오빠. 어쩌면 무엇이 된다는 건 그 자체로 오빠들과 멀어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 며칠 전까지는 얼른 피디가 되면 얼른 오빠를 더 가까이서 볼텐데, 나는 당장의 오늘만 보고 참 미련하다. 그랬거든?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닐 때 비로소 널 가장 많이 사랑할 수 있었어. 백수일 때 마주친 전진을 가장 많이 사랑했어. 가장 자주 함께했어. 가장 깊이 공감했어. 무엇이 된 것도 아닌, 무엇이 되어보려고 아둥바둥하는 지금마저 김동완의 ㄱ도 누릴 수가 없는데, 무엇이 되고나면, 그것이 무엇이든, 역시 너를 아주 잃어버릴 수 있겠구나. 지금 생각해. 직업을 가진다는 건. 일을 한다는 건. 그게 뭐든 말이야. 그걸 이제서야 생각해. 



8. 쓰레기같은 글을 써내고도, 인적성 문제는 겨우 반너머 밖에는 풀지 못했으면서도, 꼴에 완전히 지쳐있지만. 콘서트 녹음본을 받고. 엉엉 울었다던 전진에게 반드시, 어디엔가는 그가 발견할 수 있는 고백을 해놓으려고 여태 안잔다. 하하. 정말로 사랑해. 행복할거야. 행복해야되. 아니,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할게. 아.. 진짜 사랑하면, 이 말이 나오는구나.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오늘 두 개 배웠다.